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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안을 보면 제사가 많아서 며느리가 고생한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제사들을 칭하는 명칭이 기제사인데 명절에 지내는 차례와 기제사는 뭐가 다른지 궁금합니다. 모두 하나같이 조상님을 위한 제사인데 얼핏보면 허례의식으로 보입니다.
기제사 지내는 순서
그렇지만 이런 의식들을 모두 허례의식으로 치부하기 전에 기제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제사 지내는 순서를 알게 되면 그 의미에 대해 더욱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기일 또는 휘일이라고 합니다.
이후 일 년 후부터 매년 이 날 지내는 제사를 기제사라고 하며 우리가 보통 매해 지내는 제사가 바로 기제사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날은 고인이 돌아가신 날 자시에 시작해서 닭이 울기 전 끝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입니다.
보통 4대 고조부모까지 모시는 것 또한 기제사의 원칙입니다. 과거엔 시간을 지켜 제사를 지냈으나 요즘은 시간은 별로 구애받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이나 집안에 따라 2대 봉사로 줄이거나 특정한 날에 한꺼번에 지내기도 하는 등 여러 변화가 있습니다. 기제사 지내는 순서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상차림을 해야 하는데, 보통은 향교에서 하는 방식대로 합니다. 상차리는 순서는 제일 앞 줄에 과일을 놓고 대추, 밤, 배, 사과 등의 과일이 올라갑니다. 고인이 생전 좋아하셨던 과일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줄엔 삼색나물, 콩나물, 생채 등의 반찬이 오르고 북어포나 대구포, 오징어포 등도 함께 올립니다. 세번째줄에는 촛대가 오르고 탕 종류가 함께 합니다. 네번째 줄에는 전이나 적이 올라갑니다. 다섯번째 줄에는 수저와 국 그리고 밥이 올라갑니다.
지방까지 올라가면 상차림이 완료됩니다. 먼저 집 현관문을 열고 병풍을 세워 제사상을 살피며 제사 준비를 완료합니다. 현관문을 열어둠은 조상신이 올 수 있게 도우려는 의도입니다. 이후 신을 모실 때에는 제주 혼자 앞서 나가 무릎을 꿇고 향을 세번 올립니다.
제사상에 준비해둔 잔에 순을 따릅니다. 제주는 이 잔을 모사 그릇에 3번 붓고 두 번 절을 합니다. 그 다음엔 제주 이하 모든 참석자가 재배를 올립니다. 왼쪽 집사가 잔을 제주에게 주면 제주는 오른쪽 집사가 따르는 술잔을 왼쪽 집사에게 주고 왼쪽 집사는 다시 잔을 제사상에 올리게 되는데 이를 초헌이라고 합니다.
제주 이하 모든 참석자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한 사람이 축을 읽습니다. 그러면 다시 제주가 두 번 절을 하지요. 이를 독축이라 하고 아헌에서는 두 번째로 잔을 다시 올리고 아헌을 했던 사람이 재배를 합니다.
종헌도 아헌과 비슷하며 잔을 올리고 종헌을 했던 사람이 재배를 합니다. 주부가 밥과 탕 그릇의 뚜껑을 열고(개반) 주부가 시접에 있는 숟가락은 밥그릇에 젓가락은 시접 위에 걸쳐 놓습니다. 젓가락의 손잡이는 왼쪽을 향하게 두고 재배를 하는데 이 절차를 '삽시'라고 합니다.
이후 이어지는 절차는 '합문'으로 조상님이 진지를 드시는 시간입니다. 이때 참석자들은 모두 등을 지고 잠시 시간을 갖습니다. 제주가 기침을 하며 다시 시작하며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개문'입니다. '헌다'를 할 때에는 국그릇을 제사상에서 내리고 숭늉을 올리거나 술을 떠서 물에 말아 놓습니다.
숟가락은 서쪽을 향하도록 하고 2분 가량 머리를 숙인 후 축관이 기침을 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수저를 거두고 그릇의 뚜껑을 닫으며 조상을 다시 보내는데 이때 모두가 재배하고 지방 및 축문을 불태웁니다. 이 행위를 '사신'이라 칭하는데 이로서 기제사 지내는 순서가 끝납니다.
기제사 지내는 방법에 있어 흔히 제사를 지낼 때 많은 음식과 제수를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기제사는 본인의 형편에 맞춰 정갈하고 진실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사는 보통 제주의 가정에서 드리고 대청이나 방 한 곳에 제상을 차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제주는 고인의 장자 또는 장손이 하고 장자나 장손이 없을 경우 차자 또는 차손이 제사를 주관합니다. 또한 제수의 진설은 각 지방의 관습에 따라 가문의 전통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제사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고 참견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기제사와 차례의 차이는 기제사는 밤에 그 날 돌아가신 조상과 배우자를 위한 것이지만 차례는 낮에 모든 조상에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제사는 술을 세 번 올리지만 차례는 한 번만 올리고 기제사만 갱물을 올립니다. 갱물은 숭늉이나 물에 말은 밥을 말합니다.
또한 기제사는 반드시 축문을 읽지만 차례에는 없고 기제사는 합문과 계문을 하지만 차례에서는 하지 않는 것도 큰 차이입니다. 기제사 지내는 순서를 보면 어려운 말도 없고 절차 역시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살핌을 바라는 자손들의 정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이런 마음과 절차만은 가능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